
솔직히 저는 간이 나빠지면 간암이나 간경화 정도가 최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리모컨과 핸드폰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게 간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간이 뇌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저는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간성뇌증 증상과 진행단계
처음에는 치매가 갑자기 온 건가 싶었습니다. 단어를 헷갈려하고, 말이 어눌해지고, 자꾸 성질을 부리는데 본인은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버티다가 갑자기 열이 오르고 의식이 흐려지면서 결국 119를 불러야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증상을 설명하자 의사 선생님이 바로 간성뇌증, 혹은 간성혼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간성뇌증이란 간경변증이 심해져 간의 해독 기능이 크게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의식 및 행동 변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간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몸속에 쌓인 독성 물질이 뇌를 직접 공격하는 상황입니다. 단백질이 몸속에서 분해될 때 생기는 암모니아가 핵심 원인입니다. 여기서 암모니아란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독성 질소 화합물로, 정상적인 간에서는 요소로 전환되어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간 기능이 망가진 상태에서는 그대로 혈중에 남아 뇌 기능을 교란합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봤는데, 증상이 뇌출혈이나 뇌졸중과 너무 비슷해서 간이 원인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이 어눌해지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뇌 쪽 문제를 먼저 의심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간경변증 환자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간성뇌증은 단계별로 진행됩니다. 참고로 알아두시면 좋은 진행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불면증, 반응 저하, 자제력 감소
- 2단계: 날짜·시간 혼동, 손끝 떨림(플래핑 트레머), 성격 변화 및 공격성 증가
- 3단계: 지남력 상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
- 4단계: 혼수상태, 자극에 반응 없음, 심한 뇌부종
저희 가족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플래핑 트레머란 양팔을 앞으로 쭉 뻗어 손바닥을 편 자세에서 손끝이 마치 새가 날개를 퍼덕이듯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진단 과정에서 이 검사를 직접 해보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간 기능 저하가 이런 식으로 눈에 보이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실감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치료법과 주의사항
입원 하루 만에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걸 보면서 저는 조금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퇴원 후 세 달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새벽에 눈을 떠 보면 말이 다시 이상해지는 증상이 반복됩니다. 약을 먹으면 하루 안에 호전되긴 하지만, 그 순간마다 눈물부터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치료의 핵심 중 하나는 락툴로즈(Lactulose)라는 약입니다. 락툴로즈란 장 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어 암모니아가 혈액으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설사를 유발해 장 안의 독성 물질을 몸 밖으로 빠르게 내보내는 약물입니다. 하루 2~3회 정도 배변을 유도하는 수준으로 용량을 조절하는데, 너무 많이 먹으면 탈수가 생겨 오히려 간성뇌증이 악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한 포인트여서, 복용량을 마음대로 늘리시면 안 됩니다.
또한 간성뇌증이 반복되거나 말기 간경변증이 원인인 경우에는 비흡수성 경구 항생제를 장기간 병행합니다. 비흡수성 경구 항생제란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장 내 세균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항생제로, 장에서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세균의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전신 부작용 없이 장 내 환경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사용에 적합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말기 간경변증이 근본 원인인 간성뇌증은 유발 요인 교정과 약물 치료만으로는 근본적인 회복이 어려우며,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간 이식을 준비하는 것이 권고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약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는 있어도, 결국 간 자체를 교체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는 현실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한 가지 더 반드시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말기 간경변증 환자에게 각종 한약재나 생약제, 민간요법을 쓰는 경우가 주변에서 아직도 종종 보입니다. 간 건강에 좋다는 말에 혹할 수 있는데, 이미 기능이 크게 떨어진 간에 검증되지 않은 물질이 들어가면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만성 간질환 관련 정보에서도 약물로 인한 간 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DILI)은 간경변증 환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여기서 DILI란 처방약이든 건강기능식품이든 약물 성분이 원인이 되어 간세포가 손상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간 건강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이렇게 늦게 알게 된 게 너무 후회됩니다. 주변에 간경변증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어느 날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물건 이름을 헷갈려하는 증상이 나타날 때 뇌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순간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계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고, 3단계 이상으로 진행되면 상황이 훨씬 위험해집니다. 증상을 보고도 병원을 미루는 일만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