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고 믿는 분들, 정말 그럴까요? 제 주변에서 매일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이 결국 알코올성 간질환 진단을 받는 걸 직접 지켜봤는데,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지금도 술 냄새만 맡으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간이 망가지는 속도는 빠른데 술을 끊는 속도는 너무나 느리다는 걸, 가까이서 지켜보고 나서야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 알코올성 지방간부터 간경변까지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 주변 분이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판정을 받았을 때도, 저는 솔직히 '그냥 좀 쉬면 낫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가 너무 몰랐던 겁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처음은 알코올성 지방간인데, 이 단계에서는 대부분 무증상입니다. 간이 부어서 오른쪽 상복부가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프지 않으니 그냥 넘기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술을 계속 마시면 알코올성 간염으로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알코올성 간염 단계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본 증상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황달이었습니다. 황달이란 혈액 속에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과도하게 쌓여 눈의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노래진 걸 보고 저도 너무 놀랐는데, 본인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가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극심한 피로감과 식욕 부진까지 겹치면서 밥도 제대로 드시지 않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더 진행되면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이어집니다. 간경변이란 간세포가 반복적으로 손상되고 재생되는 과정에서 정상 간 조직이 딱딱한 섬유 조직으로 대체되어 간 기능이 돌이킬 수 없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복수, 식도정맥류 출혈, 간성 혼수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납니다. 식도정맥류란 간경변으로 간 내 혈류 저항이 높아지면서 식도 정맥이 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태인데, 출혈이 발생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 됩니다.
진단은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혈액 검사에서는 AST(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달효소)와 ALT(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 수치를 확인합니다. AST와 ALT는 간세포 안에 존재하는 효소인데, 간세포가 염증으로 파괴되면 혈액으로 흘러나와 수치가 올라갑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에서는 특히 AST 수치가 ALT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또한 r-GT(감마-글루타밀 전이효소) 수치도 함께 확인하는데, 이 효소는 알코올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여 음주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른쪽 상복부의 묵직한 불편감 또는 통증
-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
- 원인 모를 극심한 피로감과 무력감
- 식욕 부진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 감소
- 복부가 팽창하는 복수 증상
매일 음주하는 분이 주변에 있다면,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조기 발견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증상이 생기고 나서야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생각보다 많이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금주가 치료다, 하지만 금주가 가장 어렵다
하루 80g 이상의 알코올을 10년에서 20년간 지속적으로 섭취한 경우, 약 20%에서 알코올성 간경변이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참고로 술 한 잔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양은 약 10g입니다. 하루에 소주 반 병 정도가 이미 남성 기준 일일 권고 음주량인 40g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완전 금주를 하면 4~6주 안에 간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희망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금주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 주변 분은 피곤하면 술을 마셨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술을 마셨고, 잠이 오지 않아도 술에 기댔습니다. 못 마시게 말리면 몰래 나가서 마시고 들어오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24시간 따라다닐 수 없는 노릇이고, 결국 본인 의지가 없으면 금주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보는 사람도 지쳐가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간경변이 중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금주를 하더라도 간 기능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간 이식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중증 알코올성 간염이 급성으로 발생했을 때는 단기 사망률이 매우 높아, 스테로이드나 펜톡시필린 같은 약제를 신중하게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모든 환자가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 의존도가 높아진 경우 갑작스러운 금주는 금단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음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알코올상담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전문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지방간 진단을 받고도 술을 끊지 못해 결국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제가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이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무나 잘 압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원인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데 비극이 있습니다.
지금 금주를 시작하고 지켜보고 있는 중인데, 회복이 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중기 이상으로 진행된 간경변은 금주를 해도 간 기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딱 하나입니다. 주변에 매일 음주하는 분이 있다면, 아직 증상이 없더라도 지금 당장 혈액 검사를 받아보도록 권해 보시길 바랍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후회는 항상 너무 늦게 찾아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문제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