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맥주 두 캔 마시는 게 중독이라고 생각하는 분 별로 없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매일 밤 소주 두 병씩 마셨는데, 처음엔 그냥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알코올 의존성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이미 몸이 꽤 망가지고 난 뒤였습니다.
알코올 중독,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잠이 안 와서,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냥 피곤해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매번 달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셨고, 그 사실을 저를 포함한 가족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게 생활했으니까요.
알코올 의존성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평소엔 멀쩡하다가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며칠에서 한 달씩 폭음을 멈추지 못하는 감마(Gamma) 유형, 그리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매일 꾸준히 마시는 델타(Delta) 유형입니다. 제 가족은 델타 유형에 해당했습니다. 델타 유형이란 스스로 조절력을 잃은 상태인데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건강이나 다른 이유로 갑자기 끊으려 할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나서야 비로소 문제를 깨닫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금단 증상(Withdrawal Symptom)이란 장기간 알코올을 섭취하다가 갑자기 끊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심리적 반응입니다. 불안감, 불면, 식은땀이 대표적인데, 심한 경우 진전섬망(손 떨림, 환각 등)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본인도, 가족도 정말 모릅니다. 그냥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 겁니다.
알코올 의존성 진단 기준을 보면, 아래 항목 중 3가지 이상이 1년 이상 지속될 때 의존으로 판단합니다.
- 내성이 생겨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해지는 경우
-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다시 마시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
- 원래 생각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마시게 되는 경우
- 끊으려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
- 술 때문에 직업적·사회적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 건강 문제가 있음에도 계속 마시는 경우
- 술을 구하고, 마시고, 깨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경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막연히 '거의 항상 만취 상태인 사람'만 알코올 중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간은 이미 망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몰랐습니다
몸이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을 때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병원에 가서야 지방간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사는 금주를 권했지만, "지방간은 별거 아니잖아", "주변에 간 안 좋아도 술 조금씩은 다 먹더라"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그 말들이 얼마나 위험한 안이함이었는지, 그 이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방간(Fatty Liver)이란 간세포 안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쌓인 상태를 말합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지속적인 음주와 함께 방치하면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간이 딱딱하게 굳는 상태), 나아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막연히 "간이 좀 안 좋아졌겠지" 수준이 아니라 이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간은 손상이 70~80% 진행되어도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이 없습니다. 그 말은 뭔가 느껴졌을 때는 이미 상당히 망가진 상태라는 뜻입니다. 알코올 의존성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조합, 즉 끊기 어려운 중독성과 증상 없이 진행되는 장기 손상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내성(Tolerance)이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이 필요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처음엔 맥주 한 캔이면 충분했던 사람이 어느새 두 캔, 세 캔을 마셔도 예전만큼 취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이 내성과 금단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이미 신체 의존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성 환자의 일차 친척이 같은 문제를 겪을 확률이 일반인의 3~4배에 달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알코올 의존성 치료는 단순히 "술을 끊겠다는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해독 과정에서 항불안제 대치 요법을 사용하고, 손상된 간 등 내과적 문제를 함께 치료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 날트렉손(Naltrexone)이나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 같은 약물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날트렉손이란 알코올이 주는 쾌감 반응을 차단해 음주 욕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약제입니다. 혼자 의지로 버티는 게 아니라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매일 마시는 습관은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게 의존성으로 넘어갑니다. 그게 제가 가장 무서웠던 부분입니다. 그 경계가 생각보다 흐릿하다는 것, 그리고 넘어가고 나면 혼자 힘으로는 돌아오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술은 쉽게 시작되지만, 끊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매일 마시는 게 습관처럼 느껴진다면, 혹은 마시지 않으면 뭔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시점에 한 번쯤 가까운 병원이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간은 증상이 없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닙니다.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577